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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맥 속에서 행복은 '마음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은 심리적 평형 상태'로 정의한다. 쾌감 뒤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르고, 고통 뒤에는 다시 쾌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만약 쾌락의 상태를 행복으로 정의한다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감정의 요동을 겪도록 생물학적으로 설계된 인간은 육체에 종속되는 한 영원히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평온한 상태를 행복이라 칭하고자 한다.



목표는 인간이 자아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이자 정체성을 규정하는 도구다. 이는 목표의 크기와는 무관하다. 예를 들어 "오늘 저녁에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은 그 순간 '요리하는 사람',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한다. 반면, 목표가 부재한 상태는 단지 '생존(Survive)'하고 있을 뿐, 진정한 의미에서 '삶(Life)'을 영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목표는 현상을 '좋음'과 '나쁨'으로 양분하는 속성을 지닌다. 본질적으로 목표는 이상(Ideal)을 정의하는 행위이며, 이상이라는 기준이 생기는 순간 현재의 상태는 필연적으로 결핍이나 부족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목표의 문제점은 이렇게 생성된 '좋음'과 '나쁨'의 구분 그 자체보다, 인간이 이를 쾌락과 고통으로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우리는 목표를 세운 뒤 달성하면 쾌감을, 그렇지 못하면 고통을 느끼는 패턴에 아주 자연스럽게 길들여져 있다.

이러한 목표의 부작용은 앞서 정의한 행복(심리적 평형)을 유지하는 것을 방해한다. 역설적이게도 목표를 설정하는 행위 자체가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든다. 예컨대 다이어트라는 목표가 주는 강박과 스트레스가 오히려 식욕을 자극해 다이어트를 망치는 원리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 선조들은 이를 극복할 지혜를 이미 찾아내었다. 그것은 도덕, 규율, 원칙, 제도 등으로 불리며, 본문에서는 이를 통칭하여 '시스템'이라 부르겠다. 시스템의 역할은 목표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상쇄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현상에 대한 이분법적 판단에 빠져 심리적 요동을 겪는 것을 제어한다. 대다수 현대인이 가진 양치 습관을 떠올려보자. 이 반복된 행위에서 매번 쾌감을 느끼는가? 대부분 그렇지 않다. 습관 형성 초기에는 심리적 저항(요동)이 있었겠지만, 이내 그 요동은 잦아들고 무감각한 평형 상태에 이른다.




감정을 배제하고 행위 자체를 반복하는 것, 시스템은 이런 원리로 목표 달성을 돕는다. 다음은 이 원리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다.



바로 이것이 시스템이 목표를 이루게 하는 핵심 원리다. 그러나 시스템에도 부작용은 존재한다. 바로 '자유의 제약'이다.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성립된다. 시스템이 통제하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그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의 자유는 정확히 비례하여 줄어든다. 앞서 목표는 인간의 정체성을 정의한다고 했다. 만약 시스템의 제약이 과도할 경우, 수단이어야 할 시스템이 도리어 삶의 목적과 정체성을 경직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이 위협은 적용되는 대상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므로, 논의를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개인 차원의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 차원의 시스템이다.

개인 차원의 시스템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심리적 요동 상태를 추적하여 평형 상태(행복)에 수렴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다면 대개 타인의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거나,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개인 차원의 시스템은 끊임없는 관찰과 조정(이 또한 시스템의 일부다)을 통해 개선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조직 차원의 시스템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조직 시스템 속에 살고 있으며, 이는 개인이 자신의 시스템을 세우기도 전에 자유를 먼저 선점해버리곤 한다. 개개인의 가치관은 다르기에 내놓을 수 있는 자유의 영역과 감당할 수 있는 제약의 범위 또한 제각각이며, 조직이 추구하는 바와 개인이 추구하는 바가 일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시스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으나, 각론은 추후 다룰 예정이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목표는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이분법적 가치 판단을 유도해 심리적 요동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 이는 심리적 평형(행복)을 저해한다. 시스템은 이를 보완하지만, 필연적으로 자유를 제한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 차원에서는 관찰과 조정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시스템을 찾아야 하며, 조직 차원의 시스템은 개인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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